본문 바로가기

vita

걷기 쉼터 #2 (YES24 중고서점 강남점)

앞서 예고한 것 처럼 그리고 첫 걷기 쉼터에 #을 붙여 놓은 이유로,

나는 몇 개의 걷기 쉼터가 있다. 꽤나 아늑하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시간을 보냈을 때 알차게 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곳. 때론 먹거나, 읽거나, 눈을 감거나, 노래를 흥얼 거리거나.

 

2019/08/06 - [vita] - 걷기 쉼터 #1 (맥도날드 강남 2호점)

 

걷기 쉼터 #1 (맥도날드 강남 2호점)

걸어서 출근하다 보면 땀이 상체 뒷면을 타고 하체로 쏘옥(?) 들어가는 느낌이 오기도 하고, 가끔은 상의가 아예 몸에 달라 붙어 실루엣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일이 있다. 2019/08/02 - [vita] - 덜 걷는 출..

mingserendipity.tistory.com

처음 공유한 곳은 먹는 곳이었고, 지금 공유할 곳은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이 가는 곳. (내 아들도 종종 데려가는 공간인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서점 사장이다!!)

 

사실 중고라는 개념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남들이 쓰던 것, 거기에 더해서 쓰다가 불 필요하다고 느껴서 운이 좋아서 팔게 된 것. 운이 좋지 않았다면 버려졌을 것. 이것이 내가 중고라는 단어에 느끼는 감정들이다.

 

반대로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부분도 있다. 오랜 기간 사용했던 볼펜이나, 샤프. 고등학교 때 사용했던 너덜너덜한 수학의 정석 그리고 여행 때 늘 함께 하려 하는 내 빛바랜 키플링 (이놈이 변색된 이유는..내가 음료수를 뚜껑을 연채 가방에 넣어서 인데, 그래서 더 정이 가는..ㅎㅎ) 

 

이런 부분들이 막 오묘하게 겹쳐져서 내가 좋아하는 특이 포인트가 중고서점인 것이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책은 오래되거나 누가 먼저 봤거나에 관계없이 좋은 책은 좋은 책이고, 관심이 안가는 책은 관심이 안가는 책이 되었다. 물론 이런 관심이 시간이 지나면 바뀌기도 한다지만 내가 읽는 책 종류를 지금까지 보면..거의 같다. 난 꽤나 변하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다.

 

앞선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종종 걷는 길을 나는 퇴근길에도 애용한다. 퇴근길 교대역과 강남역은...실로 엄청난 장관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쉼터를 찾고 사용하곤 하는 것이다. 바로 퇴근길 최애 쉼터인 서점, 그 중 하나인 예스24 중고서점!

입구 사진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 매우 좁을 것이라고 예상한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넓은 책 창고가 펼쳐졌는데, 한참 계단 위에서 쳐다만 보다 내려 갔다. 사진은..나가는 길에 생각나서 후딱 찍었다. 책의 종류는 많지 않다고 느낀게 같은 책이 여러 권 있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구리구리한(?) 책은 찾기 힘들었다. 요즘 찾는 그런 책으로는 <나의 투쟁> 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풍경

서점들 배치는 늘 똑같은 거 같다. 입구 쪽에 문구류를 두고, 들어가면 분류하여 책을 진열해두고.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베스트셀러 진열대가 안보였다. 내가 못 본 걸 수도 있으니 재 방문하여 있으면 이 내용은 지우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나에게 아주 좋은 기분으로 다가왔다. 누가 추천하는 책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내가 고르고, 내가 읽고 싶은 문체로 쓰여진 게 짱이다.

 

그리고 최근 방문해서 내가 득템한 4000원 대의 책! (원가는 약 12000 정도인데, 매우 싸게 샀다. 그리고 이걸 되팔 수 있는 지는 다음에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 보너스로 내가 좋아하는 구도의 샷.

먼가 모험이 펼쳐질 것 같은 구도 아닌가..ㅎㅎ 나중에 미궁(Labyrinth)과 같은 서점을 만들어 아이들 놀이터를 겸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도 이런식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면 휘발 되었을 테니 얼마나 좋은가 정리라는 것. 하지만 내 책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난 모든 상황을 정리하진 않는다 하하하.

 

서점은 늘 시원하다. 한번도 더운 서점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려다가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 있었던 서점이 떠올라 먼가 세상 좋아졌다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고등학교 때는 두 가지 종류의 서점이 있었다. 학교 근처 서점 (온갖 선생님들이 지정한 참고서만 파는, 종종 만화책도)과 시내 서점 (시내 서점이라는 말은 지방에서나 들을 법한 말인데, 내가 지방 출신이기 때문에 사용해봤다. 나의 모교가 있는 도시(?)에는 교보나 예스24 같은 대형서점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내가 살았단 시의 이름은 지금 아내의 이름과 같다.)

 

이렇게 문장을 끄적거리다 보면 너무 좋은게, 수다쟁이가 되는 느낌이다. 나는 꽤나 수다쟁이인데, 누구나 그렇듯이 보통 이런 습성은 아주 근처에 있어야지만 경험할 수 있다. 그래도 배고플 땐 말시키지 않길..

 

끄읏.